플랫폼법: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제
플랫폼법의 필요성과 목적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플랫폼법은 대형 IT 기업이 특정 산업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플랫폼 시장은 빠르게 독과점화되는 경향이 있어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처음 구상한 플랫폼법은 시장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4대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4대 반칙행위
공정위가 제시한 4대 반칙행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사 우대: 자사 제품이나 콘텐츠를 플랫폼 내에서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행위
- 끼워팔기: 특정 서비스나 제품을 다른 제품과 묶어서 판매하는 행위
- 멀티호밍 제한: 이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행위
- 최혜 대우 요구: 판매업체에게 자사 플랫폼에서도 타사에서 제공하는 최저가를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이 같은 반칙행위는 시장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
공정위는 여러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적발해 제재한 바 있습니다.
-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호출을 가맹 계약 택시에만 배정하는 ‘콜 몰아주기’로 과징금 부과
- 쿠팡: 자사 브랜드(PB) 상품 우대 및 댓글 조작 의혹으로 과징금 부과
-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을 묶어 판매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는 의혹으로 조사 중
이처럼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법 추진 과정과 난관
플랫폼법의 도입 논의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를 막고자 플랫폼법을 도입하려 했으며, 적발된 기업에는 매출의 최대 8%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형태로 추진되었습니다.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 추진 과정에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과도한 규제가 산업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국내 플랫폼 기업이 해외 기업보다 더 강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플랫폼법 추진을 연기하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조정했습니다.
이후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며 플랫폼법 논의가 다시 불붙었고, 공정위는 기존보다 다소 완화된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반대와 국제적 갈등
미국의 개입
플랫폼법 개정안이 추진되던 가운데, 미국 측의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 IT 기업에 대한 해외 규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강하게 대응했습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없다"며 한국과 EU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비판했습니다. 이는 구글, 애플 등 미국 IT 기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관세 전쟁과 디지털세 논란
미국은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디지털세는 IT 기업이 각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세금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기업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면 미국이 이를 차별적 규제로 간주하고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대응과 전망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를 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철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국익에 손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공정위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그리고 외교적 갈등 속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법안이 결국 통과될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이 변화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